FRAGILE RELAY EXHIBITION
< ⬛ (Rectangle) >에 참여하는

나채현 작가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강원도 양구에 있는 ‘양구 백자 연구소’에서 작업활동을 하고있는 나채현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다기를 중심으로 작업 세계관을 펼치고 있고, 제가 작업하고 있는 양구에서 구할 수 있는 ‘양구 황토, 백토’와 경상남도 지역에서 나는 옹기토, 삼청 사질토와 합천토 등을 조합한 ‘내열토’, 백자토 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나채현 작가의 사진

작업하는 나채현 작가의 손


‘내열토’가 무엇인가요?

내열토는 높은 열에 변형없이 견딜 수 있는 흙을 말합니다. 급격한 온도변화에도 버틸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소지에 비해 외부자극에 파손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뜨거운 물을 담았을 때 온도를 좀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을 자르는 모습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작업은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Square & Drawing’에서는 형상의 기본 단위로서의 사각형을 보여줍니다. 일정한 2차원의 사각형 몇가지를 설정한 후, 이를 기반으로 다관의 구성 요소인 수구, 뚜껑, 손잡이 등을 붙여 형태를 드로잉 합니다. 2차원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3차원으로 구현된 각각의 다관들은 같은 스케치에서 시작하였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의 결과물이 됩니다.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세트(다관, 잔, 합등)를 구성합니다. 


둘째로 ‘Square & Module’은 ‘stack (쌓는다)’이라는 공통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기물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작업입니다. 기물들이 동일한 기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쌓을 수 있습니다.표면에 유약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사각형의 공간을 새기고 이는 균일하게 표면에 배치됩니다. 전체로서 동시에 부분(부품)으로서 기(器)의 사용성을 지닌 기물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Square & Texture’는 흙 자체가 지니는 다양한 크기의 알갱이, 거친 촉감 그리고 특유 갈색빛의 색감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입니다. 사각의 형을 가진 기물 표면에 변화를 유도합니다. 흙의 물성을 살리기 위해 표면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후 판을 밀어 특유의 거친 질감을 전면에 드러내고 물성을 강조합니다. 

Square & Drawing

Square & Module

Square & Texture


이번 ‘ ⬛ ’ 전시에서는 작업과 함께 과정이 엿보이는 스케치을 함께 전시합니다. 이는 어떤 스케치인가요?

다관 작업을 할 때 그 시작점을 평면의 사각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나의 몸통에 뚜껑, 수구, 손잡이가 줄줄이 달린 다관의 특성상, 기본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스케치하거나 이를 실제로 구현할 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드로잉 수첩을 펼쳐보면 각기 다른 사각형이 가득히 그려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스케치를 작업과 함께 전시합니다. 

Square & Drawing


전시에 참여하신 세분의 작가님은 모듈 형식으로 사물을 제작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나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각기 다른 모습입니다.

작가님의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작업을 할 때 형태적인 자유분방함을 주기 보다는 기본적인 기하 도형의 형태가 주는 간결함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기본적인 외관의 형태를 구상하거나 혹은 표면을 장식할 때 그 의도가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Square & Drawing

단순한 스케치 라인을 정한 후, 거기에 맞는 2차원적 형태나 어울리는 장식을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구상합니다. 스케치에 맞게 샘플 작업을 진행하고 최종적인 크기를 선정 후에 작품 제작에 들어갑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백자 흙과는 다르게 최근에 사용하는 내열토는 비교적 자유로운 성형이 가능하고, 단단한 물성보다는 얼기설기한 느낌의 물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즘은 사용하는 흙이 지닌 거친 촉감이나 알갱이의 크기, 색감 등을 강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작업 과정이 작가님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계획적으로 삶을 살아가시나요?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을 때에는 계획적인 작업이 미숙함을 보완하고 실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되었습니다. 사회에 나온 후 자신만의 색감 또는 개성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성이 첨가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작업 과정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계획이 필요한 부분이라든가 혹은 반대로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부분이 동시에 유기적으로 작업에 작동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작업 활동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조금씩 반영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설명을 듣고 나니 작가님의 작업을 대하는 진솔한 태도가 느껴집니다. 평소 작업을 하실 때 고민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이 항상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직접 제작한 흙의 특징을 스스로 판단하고 이에 적합한 성형 방식이나 형태 등을 찾아 나가는 과정들이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저에게는 어려운 고민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소성을 기다리는 작업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만의 작업세계관을 공고히 하고 확장하고 싶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이 지니는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 또는 작업의 스케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 고민을 해결하고 더 큰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나채현 작가의 작업실 / 작업 중인 모습

김예원

사진 제공 나채현

기획 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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