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RELAY EXHIBITION
< ⬛ (Rectangle) >에 참여하는

유희송 작가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도예가 유희송입니다. 생활 속에 있는 다양한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 실용적으로 쓰이는 밥그릇 같은 실용기나, 화병 또는 항아리 같이 공간에 놓이는 사물을 만듭니다.

물레를 차는 유희송 작가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기탑(器塔) 연작’과 ‘식기 연작’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항아리와 기(器)를 함께 선보입니다. 평소 물레 차기를 좋아해 이를 즐겨하지만, 물레성형을 했을 때 필연적으로 귀결되는 원의 형태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물레를 찬 기물을 서로 접합, 변형하는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사각형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작업 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직접적인 사각 형태로 면을 치는 작업을 했으며, 이후에는 비례를 조정하여 둥글기도 또는 네모나기도 한 모순적인 형태를 만들어보았습니다. 

기탑(器塔) 연작

기(器)

식기 연작


전시에 참여하신 세분의 작가님은 모듈 형식으로 사물을 제작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나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각기 다른 모습입니다.

작가님의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한 형태의 유닛을 물레로 차놓은 후, 이를 접합 하여 하나의 기물을 완성합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구체적인 형태의 스케치를 하지는 않으며, 물레 앞에 앉아 대략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업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최종 형태의 재료가 될 만한 다양한 유닛들을 먼저 만들어 놓은 후, 그것을 실제로 쌓아보며 재미있는 형태를 찾아갑니다. 약간은 즉흥적으로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다양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여 새롭게 변주된 형태들이 만들어집니다. 형태 외에 유약의 느낌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인상을 주기에 끊임없이 작업을 하며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바꿔볼까 고민하며 작업하는 편이에요. 

기탑(器塔) 연작


블록 쌓기를 하는 듯한 작업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쌓아보는 과정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각각의 유닛을 10개 이상 만들고 조합을 해보았는데요. 요즘에는 어느 정도 방향성이 생겨 이전보다는 적은 수의 유닛을 만들어 이를 조합하는 편입니다. 

저는 실물을 보며 작업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완성된 형태의 자연스러움입니다. 너무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도록 눈에 편안한 형태로 완성하려 합니다. 

유닛을 쌓아보는 과정


작업 과정이 작가님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평소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작업 성향이 비슷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작업을 하거나 평소에 결정을 내릴 때 즉흥적인 면이 많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평소 삶을 살아갈 때는 더 좋은 사람, 현명한 사람,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내린 이 결정이 순간적인 선택이기보다는 지금까지 경험해온 작업 과정 또는 삶의 과정에서 묻어나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작업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가 지나니 이러한 점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저를 유심히 지켜봐 온 사람들도 “네가 그동안 저런 걸 해왔기에 지금 이런 걸 하나 보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러한 점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잘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기도 합니다.

물레를 차는 모습


설명을 듣고 나니 작가님의 작업을 대하는 진솔한 태도가 느껴집니다. 평소 작업을 하실 때 고민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아직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혼자 작업을 하다 보면 저만의 세계에 매몰되고 제가 했던 작업을 큰 변화 없이 계속 이어가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작업을 많이 보러 다니기도 하고, 형태 실험을 할 때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과장된 형태이거나 제 눈에 마음에 들지 않는 형태는 아예 붙여보지도 않고, 제가 느끼기에 편안한 형태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어디 내보일 건 아니더라도 조금은 과장된 작업도 가끔 해보는 노력을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작업하며 살지 않을까요?(웃음)

김예원

사진 제공 유희송

기획 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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