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RELAY EXHIBITION
< ⬛ (Rectangle) >에 참여하는

김소연 작가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작가님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사물의 실용성보다도 질감 또는 형태가 전하는 감정, 그리고 존재 자체가 주는 경험을 우선하여 작업합니다.

형태나 질감, 그리고 무엇보다 재료에 대한 탐구가 가장 먼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재료가 지니고 있는 특성과 가장 어울리는 형태, 즉 너무 꾸며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작업을 합니다.

김소연 작가의 사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전시는 제가 평소 작업하고 있던 ‘Form series’와 ‘둥근 그림 연작’을 선보입니다.

‘Form series’는 물레성형의 필연적인 대칭성을 의도적으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시작합니다. 사각 프레임 안에서 모든 것이 완성되며 각 프레임 속 다양한 변주를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둥근 그림 연작’ 또한 마찬가지로, 사각 프레임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형태와 볼륨의 변주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유약의 질감이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알맞은 형태를 탐구하고 적용합니다 

Form series / 둥근 그림 연작


이번 ‘ ⬛ ’ 전시에서는 작업과 함께 과정이 엿보이는 드로잉을 함께 전시합니다. 이는 어떤 드로잉인가요?

저는 제 작업이 과하게 꾸며진 무대처럼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고자 합니다.

드로잉은 자연스러운 형태가 과연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소연 작가의 드로잉


전시에 참여하신 세분의 작가님은 모듈 형식으로 사물을 제작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나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각기 다른 모습입니다. 작가님의 ‘Form 시리즈’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어떤 일상의 사물이나 건축물의 구조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디어 스케치(드로잉)를 한 후 만들기 시작하지만, 만들다 보면 구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손’이 만들어내는 형태가 있습니다. 이때는 감각이 개입하여 즉흥적인 작업을 합니다. 또한, 구상했던 이미지와 똑같이 만들어도, 2차원의 이미지가 3차원으로 구현되었을 때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원운동을 기반으로 하는 물레성형으로 작업한 결과물은 모든 것이 다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필연성의 틀을 깨는 것이 저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에 저는 비대칭을 쫓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칭을 인식/인지하려 노력하며, 서로 다른 대칭의 유닛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통해 비대칭의 것으로 변환합니다. 


전시에서는 ‘Form 시리즈’ 외에도 ‘둥근 그림 연작’ 또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둥근 그림 연작’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쫓고 있는 유약의 질감은 ‘언 땅 위의 하얀 눈밭’으로, 마치 한 겨울에 꽁꽁 언 땅 위 소복히 깔린 눈의 느낌입니다. ‘둥근 그림 연작’은 이 유약을 어떤 형태에 적용했을 때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만든 작업입니다. 


저는 기물이 유약의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꾸며진 무대처럼 보이지 않게, 어딘가 존재했을 것만 같은 사물을 만들기 위해 자연스러운 형태와 질감을 계속해서 추구합니다. 유약의 개발과 선택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지(흙)의 선택입니다. 이에 소지도 그 질감과 색이 시끄럽지 않은, 덤덤한 소지를 선택했습니다. 

유약 시편 / 둥근 그림 연작


설명을 듣고 나니 작가님의 작업을 대하는 진솔한 태도가 느껴집니다. 평소 작업을 하실 때 고민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작업하는 행위 자체는 너무나 즐겁습니다. 내가 이러한 노동을 선택했다는 사실과 공예 노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실에 많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과정 속, 마냥 마음이 고요하진 않습니다. 종종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에는 책상 앞에, 물레 앞에 앉기까지 많은 시간과 마음가짐을 필요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자기를 너무 애정하는 것 이외에도 나와 내 생활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담담한 마음이 필요하다 느껴집니다. 


저는 작업을 양치하듯이 하고 싶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어느 때는 과업처럼 느껴지고 또 어느 때는 나의 엄청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양치를 하듯이 그렇게 작업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작업을 할 때뿐 아니라 평소 삶을 살아갈 때의 태도가 궁금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멈출 때가 많습니다. 

도자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도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학부 4학년 때부터는 오후 세 시부터 세 시 반까지는 무조건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었고, 매주 월요일에는 그림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으며, 요즘엔 운동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내가 잠식당하지 않도록, 종종 이렇게 작업을 멈추고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합니다. 

김소연 작가의 작업실 한 켠의 책장 / 작업실 전경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꼭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론 네이글(Ron Nagle)’과 함께 전시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원 없이 작업을 하며, 건강한 제작가로서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 입니다.

탐구 중인 앞으로의 작업들

김예원

사진 제공 김소연

기획 FRAGILE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