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RELAY EXHIBITION
<Still Moments>에 참여하는

최문정 작가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년째 ‘세시 작업실’에서 백자 위 점토를 입혀 기물 안에 돌과 유리의 성질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하는 최문정 작가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제 작업에 영감을 주는 순간들을 나누려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하루에 조금만 더 주의를 깊게 살펴본다면 영감의 원천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을 포착하고 작업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저의 큰 기쁨이며 이 순간들을 작업으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올 한 해는 부드럽고 밝은 모래와 따뜻한 색감의 유약 조화를 많이 찾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하며 지나는 해가 쌓일수록 작업 외에 다른 곳에 눈을 둘 때면 유난히 자극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대비되고 쨍한 색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을 찾게 되었습니다. 시각적으로 관람하시는 분들께서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모래넘어 연작


문정 작가님의 작업의 큰 특징은 바로 질감이 느껴지는 기물의 표면입니다. 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구현되는지 궁금합니다.

제 작업은 백자 소지를 사용해 물레 성형으로 제작합니다. 물레를 찬 기물 위에 국내에서 산출되는 점토를 분사 기법으로 입히고, 원토 자체의 짙고 거친 질감을 백자의 매끈한 표면과 조화롭게 또 대비되게 어우러지는 느낌을 시각적 그리고 촉각적으로 구현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래넘어 연작의 표면 질감


이번 ‘Still Moments’ 전시에서는 작업과 함께 작가님께서 직접 촬영한 삶의 순간을 함께 전시합니다. 이는 어떤 순간들인가요?

전시에서 선보이는 삶의 순간은 보통 제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전시하였습니다. 

제 작업 또한 자연과 맞닿아 펼쳐지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작업의 원천과 재료 또한 자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연에서부터 비롯되어 언젠간 다시 돌아가게 될 재료들을 우리의 시선에 닿아 있는 곳에 가장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저의 염원입니다. 

자연이 느껴지는 최문정 작가의 작업실 자리


작가님의 순간은 어떻게 작업에 녹아 있을까요?

‘흐르는 돌’ 

여름의 흐르는 냇물 사이로 보이는 돌이 일렁이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1,260도의 높은 온도에서 소성된 백자 위 입혀지는 유약의 모습이 마치 사진의 돌 위에 흐르는 물과 닮았습니다. 맑은 유약 밑이 보이는 흙의 질감들이 자연에서 포착되는 순간을 담은 듯 자연스럽고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표면’ 

우연히 만나게 된 이 돌은 모래보다는 크고, 바위보다는 작지만 아주 힘 있는 돌덩어리였습니다. 표면은 시끄럽지만, 엄숙하고 정교하기도 또는 거칠게도 느껴졌습니다. 마치 지루할 틈이 없는 자연이 그린 그림같이 느껴집니다. 기법으로 자아내는 표면의 질감은 자연과 같을 수 없지만 가장 비슷하게 닮고 싶은 마음입니다. 스치듯 만나는 이런 멋진 표면은 저에게 큰 영감이 됩니다.

'흐르는 돌' / '표면'

‘바다의 경계선’ 

어둡게 넘실대던 바다는 서두르던 발길을 멎을 땐 흰 거품이 피어오릅니다. 깊이를 모르고 어두운 바다와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의 경계선은 흰 거품이 경계선을 만듭니다. 이 순간은 제 작업의 유약과 점토의 매끈한 표면이 만나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백자 위 맑게 존재하던 유약은 점토의 철 성분과 만나 어두운 경계선을 만들기도, 흰 거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둘로 나누기도 또 하나로 만들어주는 이 경계선은 가마를 열 때 가장 저를 들뜨게 합니다.

모래너머 / ' 바다의 경계선 '


전시를 찾아와주신 분들과 나누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전시를 하는 이 순간도 제 순간의 일부이지만 제가 만든 작업도 저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미 저의 많은 순간을 나누고 보여드린 것 같아 기쁩니다. 제가 기쁜 만큼 찾아와 주시는 분들의 마음에도 빛이 번지기를 바랍니다.

굽을 깎은 후 초벌을 기다리는 기물들

작가의 도구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 한 해는 편안함이 가득한 마음에서 백자와 조화가 잘 되는 밝은 모래를 통해 저의 마음을 작업물에 투영했다면, 다음에는 조금 다채로운 색감과 재미있는 질감으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편안했던 올 한 해는 FRAGILE의 전시로 인해 따뜻하게 잘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최문정 작가의 작업실 전경

김예원

사진 제공 최문정

기획 FRAGILE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