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흙을 혼합하여 도자 작업을 하는 오선주라고 합니다. 일상의 풍경 속에 따뜻하고 고요하게 자리하는 사물을 만들며 주로 자연, 사물 그리고 재료에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오선주 작가의 사진 / 굽을 깎는 과정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바다와 나무, 선인장과 돌 등의 영감을 받은 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저는 자연에서 발견하는 색감과 질감을 좋아하고, 그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사진과 작업을 함께 선보이게 되어 제 작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전시라 생각됩니다.
Unfurling Wing Bowl series / Bigger Water series / 와인잔 연작
선주 작가님의 작업의 큰 특징은 바로 기물의 부드러운 표면입니다.
표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반들반들해지나요?
우선 흙을 만들 때부터 거친 입자가 적은 흙을 선택한 후 이를 혼합합니다. 성형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초벌 재벌 소성을 마친 후에 마지막 단계에서 연마 작업을 합니다. 이미 다듬어진 표면이기 때문에 비교적 고운 방수로 직접 손 연마를 합니다.
손 연마를 하는 모습
이번 ‘Still Moments’ 전시에서는 작업과 함께 작가님께서 직접 촬영한 삶의 순간을 함께 전시합니다. 이는 어떤 순간들인가요?
여행지나 일상의 모습 중에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자연의 순간들입니다.
주로 나무, 바다, 돌 등의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질감, 형태 그리고 색감에 주목해 촬영한 사진입니다. 선인장의 사진과 제주도에서 찍은 협재 해변, 모래사장의 사진입니다.
‘소중한 선인장’ / ‘협재해변의 바다와 초록’ / ‘제주의 검은 돌과 모래사장’
작가님의 순간은 어떻게 작업에 녹아 있을까요?
‘소중한 선인장’
6년 정도 기르던 소중한 선인장이 있었는데 작년에 떠나보냈습니다. 용신목과의 선인장이었는데 그 몸체나 가시의 모양이 매력적이어서 그 후로는 그와 비슷한 선인장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이 사진은 성수의 식물 판매처에서 찍은 것인데 가시와 색이 모두 다른 선인장들이 모여 있어 신비롭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선인장의 모습을 작업의 장식으로 적용한 펼쳐지는 날개볼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제주도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인 만큼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앞마당 같은 백사장에는 누구의발자국이나 흔적도 없이 고운 모래가 바람의 결대로 깨끗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검은색 돌과 고운 모래사장이 날씨 덕에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어 빛났으며 제 작업 중 검은색과 상아색 작업은 이런 고운 자연의 색과 닮아있습니다.
저는 각자의 순간에서 무엇을 발견하든 그 즐거움으로 삶의 활력이 된다면 그 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산책길에서 만나는 바람 냄새나, 노을 지는 퇴근길 풍경,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햇살 같은 순간에도 잠깐의 여행 같은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업실에 햇빛이 내려앉은 순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올해의 전시 일정들을 잘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기존의 작업과 더불어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갈 예정입니다. 기존의 작업하는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그 후에는 공모전 출품이나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조금씩 도전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