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RELAY EXHIBITION
<Mono - Nouveau> 에 참여하는 

최수진 작가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작가님의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업실 물질세계의 최수진입니다. 주로 광물을 평면에 문지르거나 반죽하고 굽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질세계’는 인간의 의식 밖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 형상을 통틀어 이르는 철학 용어입 니다. 쉽게 말하면 정신세계가 아닌 모든 것을 통칭합니다. 물질을 다루는 사람으로 물성 그 자체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말입니다. 첫 개인전을 준비할 때, 책상 위에 무언가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들의 모습이 물질세계라 느껴져 전시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이후 작업실 이름도 ‘물질세계’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없던 특별한 형상을 만들기보다는 옛날에도 있었고, 제가 경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물건들을 직접 만들며 물질세계만의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제 작업의 기조입니다. 

작업 중인 최수진 작가의 사진


서양화와 도자 공예를 함께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전공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두 작업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물감이 좋아서 서양화과로 진학했는데요, 서양화를 전공할 때도 그림이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예술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벽에 걸려 감상되는 물건인 거죠. 그런데 그 작품에 음식을 담아 먹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사물이 될 수 있는 재료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물감이랑 비슷하게 색을 조합할 수도 있고 자유자재로 형상을 빚을 수 있는 흙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림은 그림대로 벽에 걸리고 도자기는 도자기대로 땅에 놓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고정 관념을 토대로 작업을 이어 나가기에 영감을 공유하여 만드는 것 외에 두 작업 간의 상호작용은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점점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림과 정물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특히 새 형상이 눈에 띕니다. 

저는 지금껏 생명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는 옛날의 저택에 조각상으로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생명체가 아닌 사물이 집을 지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게 뻔하면서도 재밌게 느 껴졌습니다. 기존에 익숙하거나 정형화된 사물을 제 방식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유희를 느끼기에 새 조각상을 집을 구성하는 사물 중 하나로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Black Still Life series의 새 조각상


‘Mono-Nouveau’ 는 집 안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사물들의 총체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작가님의 작업이 사용자의 일상에서 어떠한 의미로 사용되길 바라나요? 

제 작품은 사용성이 약간 부족한 대신 시각적, 심리적 사용성이 그것을 보완합니다. 

따라서 사용도 가능하고 작품으로 감상도 할 수 있는 양가적인 존재로 여겨지길 바랍니다. 

 Silver Still Life series / Black Still Life series


작품들이 비정형적이고 표면에 유약이 시유 되어있지 않습니다. 

의도하신 바가 있으신가요? 

핸드빌딩이라는 기법 특성상 형태가 약간은 어눌할 수밖에 없는데요, 굳이 제가 그 기법을 사 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사물을 모방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법이기 때문입니다. 어눌한 형태는 제 머릿속에 떠다니는 사물들의 도상과도 닮아있습니다. 

저는 도자 작업 과정이 물감을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유약을 덮어버리면 그건 물감 자체가 아니게 되어버린다고 느껴졌어요. 예를 들어 탕후루처 럼 과일 위에 설탕을 입히면 과일 그 자체를 볼 수 없잖아요? 저는 사물의 몸 그 자체를 보여 주고 싶기에 유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합니다. 

흙을 만드는 과정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큰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가구나 조각상이나 규모가 큰 것들을 만들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재료도 탐색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림도 많이 그리고 싶습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요. 

작업실 '물질세계'의 전경

김예원

사진 제공 최수진

기획 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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