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반드시 공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만드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고, 또 평소에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공예를 전공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흙을 만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 과정이 즐겁고 만족스러워서 운명이 아닐까 하고 받아들이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영감을 받는 대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 작업에는 영감을 받는 특정한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영화를 보다가, 혹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거기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이런 식으로 더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 만들어 보곤 하는 편입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영감을 통해서 만드신 공예품들이 이 현 시대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작업실에서 원데이 클래스 등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할 때 수강생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요. 수강생분이 힘들게 일하고 퇴근 후에 오셔서 흙을 만지고 있으면 머리가 비워지고 차분해지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또 본인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시고 엄청 기뻐하세요. 그런 부분이 바로 공예가 갖고 있는 가치이자 제공해 줄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예 문화의 조성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예전보다는 그나마 공예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아직 공예 시장 자체가 너무 작은 시장입니다. 국내 문화 거점과 상권을 더욱 활성화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자유롭게 만나고, 공예품 소비가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예 작가는 단순히 작품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끝이 아니라 판매하는 과정 또한 굉장히 중요한데, 그러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특히 이제 막 작품활동일 시작하는 새싹 작가님들에게는 더더욱 다양하고 많은 기회가 와야 자기 작업을 발전시키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데, 그런 기회들이 흔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다양한 기회가 좀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행복하게 만들어낸 물건을 누군가가 사용할 때 그 행복감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저는 뭔가를 먹을 때도 제가 좋아하는 기물에 담아 먹는 게 열 배는 더 맛있더라고요. 제가 만든 물건을 사용하시는 분들께도 열 배는 아니더라도 두 배만이라도 좀 더 맛있게 느껴지는 마법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거창한 것은 없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끔 섬세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예 작가로서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예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리고 싶습니다.
또 언제까지 작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저만의 것, 저만의 스타일을 연구하면서 찾아가고 싶어요. 계속 작업하고 연구해서 언젠가는 제 작업만 봐도 ‘이건 신은겸 작가 작업이다’ 하고 알아볼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