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RELAY EXHIBITION
<Mono - Nouveau> 에 참여하는 

BORDERLINER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BORDERLINER 팀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BORDERLINER는 전통적 맥락의 기(器) 작업을 해오던 박래기와 건축적인 조형 작업을 해오던 임지우가 만나 2022년 여름 결성한 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도자 재료가 구성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BORDERLINER는 점토와 유약, 산화물 등의 도자 재료에서 특별한 물성을 추출하고 거듭된 실험을 통해 정제합니다. 이를 공간에 존재 하는 사물의 형식으로 해석하고 제안함으로써 물질 그 자체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쁨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작업 중인 BORDERLINER의 박래기, 임지우 작가


두 분이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희는 학부 동기, 졸업 동기, 대학원 동기입니다. 따라서 작업의 과정이 공유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업을 할 때 복잡한 설명 없이도 손발이 잘 맞는다는 점이 컸습니다. 게다가 취향과 선호하는 작업 형식도 비슷한 측면이 많았지요.


그리고 개인 작업만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저희가 개인 작업을 하느라 차치한 더 큰 범위의 작업,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도자 공예로부터 배운 물성, 정교함 등을 보편적인 도자기 작업보다 더 큰 규모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 저희가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입니다.

박래기, 임지우 작가의 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현재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작업은 도자 조명입니다.  

‘크게 두 가지의 모티브가 있는데, 하나는 유약의 물성이 두드러지는 재밌는 표면 재질의 조명, 백자가 가지는 투명성을 활용한 조명을 작업하려 합니다. 그리고 저희 작업물들의 기본 전제는 완성도입니다. 완성도가 있어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성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법, 실험 결과를 활용하려 합니다.

조명 연작 - BORDERLINER


일반적인 도자 작업에서 벗어나 조명, 의자 등의 가구를 작업하십니다. 그 계기가 무엇인가요?

전통적으로 공예품이라 인식되던 것 이외의 사물에도 공예 적 미감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작업을 하다 보면 사물을 보는 본인만의 눈과 취향이 생기는데, 그 사물들이 제 작업과 어울리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도자기 하나를 만들면 내 도자기와 어울리는 식탁을 갖고 싶다. 그리고 어울리는 의자도 갖고 싶다. 그러면 내 공간을 잘 구성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고 사물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재료, 기법을 사용하면서 확장되는 거죠.

 

‘단순히 도자기라고 해서 식기 작업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도전해보고 싶죠. 전통적인 도자기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우리가 흙으로 만들어온 것들이 공간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면 좋을 것 같아요.


‘Mono-Nouveau’는 집 안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사물들의 총체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이 사용자의 일상에서 어떠한 의미로 사용되길 바라나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어떤 물질이 빛과 만났을 때 비로소 드러내 주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조명은 물질을 다루고 물성을 변화시키는 작업 과정에서 저희가 느끼는 즐거움들을 관람객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조명 작품이 많지만, 조명을 만들고 싶다가 전부는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제 손바닥만 한 물질을 빛에 비춰보면 되게 예뻐요. 그리고 사람들도 이 물질을 보고 예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이 물질을 그냥 갖다주고 “이거 빛을 비추면 예뻐”라고 하면 누가 들여다볼까요? 그래서 이 물질을 친숙하게 제안하는 방식 중 하나로 조명을 차용했습니다. 


‘차용’은 저희가 추구하는 작업관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희의 작업은 어떤 것의 과정, 혹은 부산물, 아니면 결과물로부터 파생되어 오는 것들이기에 이것을 어떻게 전공자가 아니어도 친숙하게, 아름답게, 즐겁게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형식은 친숙하되 그 안의 내용물은 특별하게 하자가 저희 신조입니다. 마치 익숙한 멜로디에 뻔하지 않은 가사를 쓴 노래처럼 저희 작품의 질감, 모습은 특별하지만, 그것을 담은 형식은 익숙하여 거부감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물질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명 연작 - BORDERLINER


보편적인 도자기와는 차별화된 표면 질감이 눈에 띕니다. 

이런 재료들이 주는 새로움과 이를 실험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순수미술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있고 이것을 어떻게 제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재료와 기법을 나중에 찾습니다. 그러나 공예는 흙, 나무, 금속 등 재료가 먼저 주어져 있고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지? 어떤 효과와 표현을 낼 수 있지?’를 고민합니다. 이 점에서, 공예는 근본적으로 재료라는 물질에서 시작되는 예술이기 때문에 물질이 허용하는 것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물질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탐구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물성의 아름다움을 알고 만들고자 하는 상상 속의 이미지를 구현하려면 꾸준한 탐구와 실험 그리고 연구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기반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래기 작가의 유약 표면 / 검은 기(器) 연작 ­- 박래기

임지우 작가의 표면 실험 / 창 (窓) 연작 - 임지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가오는 12월 FRAGILE과 함께하는 ‘Mono - Nouveau’ 전시가 첫 데뷔이기 때문에 이 전시에서 BORDERLINER 팀이 어떤 색을 갖고 있고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팀원 임지우, 박래기가 아닌 “BORDERLINER” 그 자체의 인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목표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저희가 작업 과정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식에 더욱 특별한 내용을 담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팀원도 더 늘려보고 다양한 기회도 접하고 싶습니다.

박래기 작가의 작업실 전경 / 창(窓)연작-임지우

김예원

사진 제공 BORDERLINER

기획 FRAGILE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