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어떤 물질이 빛과 만났을 때 비로소 드러내 주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조명은 물질을 다루고 물성을 변화시키는 작업 과정에서 저희가 느끼는 즐거움들을 관람객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조명 작품이 많지만, 조명을 만들고 싶다가 전부는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제 손바닥만 한 물질을 빛에 비춰보면 되게 예뻐요. 그리고 사람들도 이 물질을 보고 예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이 물질을 그냥 갖다주고 “이거 빛을 비추면 예뻐”라고 하면 누가 들여다볼까요? 그래서 이 물질을 친숙하게 제안하는 방식 중 하나로 조명을 차용했습니다.
‘차용’은 저희가 추구하는 작업관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희의 작업은 어떤 것의 과정, 혹은 부산물, 아니면 결과물로부터 파생되어 오는 것들이기에 이것을 어떻게 전공자가 아니어도 친숙하게, 아름답게, 즐겁게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형식은 친숙하되 그 안의 내용물은 특별하게 하자가 저희 신조입니다. 마치 익숙한 멜로디에 뻔하지 않은 가사를 쓴 노래처럼 저희 작품의 질감, 모습은 특별하지만, 그것을 담은 형식은 익숙하여 거부감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물질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