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작가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담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 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윤형근’展을 관람한 후 입니다. 화폭의 먹빛 기둥은 언뜻 보면 검은색으로 가득 칠해진 그림 같지만, 저는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여러 개의 큰 선으로 보였습니다. 구체적인 형상 없이 담담하게 그려진 선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차분함, 그리움과 겸손함의 감정이 충격이었고 화가의 내면을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날을 계기로 꾸밈없는 선이 가지는 순수한 가치를 알게 되었고, 이후부터 선의 조형성을 이용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 지금은 저만의 표현 방법을 통한 선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